Seer's Blog
The Outpost

오랜만에

분류없음 2010/03/12 02:26 by Seer
시카고에서의 두 번째 쿼터가 끝났다.

방치에 방치를 거듭한 블로그는 끝내 죽었다가 최근에서야 겨우 살아났는데,

과연 이 글 다음 글은 언제 올라올까?
먼저 아래의 기사를 읽어주시기 바란다.


집값 비싼 30곳, SKY 합격 ‘절반


전국 232개 시·군·구 가운데 집값이 비싼 30개 지역 학생들이 고려대와 서울대, 연세대 등 3개 명문대 합격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전국 232개 시·군·구 주택가격(지난해 4분기 공시지가 기준)과 지난 3년 동안 고려·서울·연세대 합격자 수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집값 상위 30개 지역 고교 출신 학생들의 세 대학 합격자는 전체 합격자 수의 49.6%(5445명)로 나타났다. 이는 이들 30개 지역의 고3 학생이 전국 고3 학생에서 차지하는 비율(25.6%)에 견줘 2배 가까이 되는 수치다.


또 세 대학 합격자 수를 기준으로 상위 10위에 드는 지역 가운데 7곳은 집값 순위에서도 10위 안에 들었으며, 2009학년도 입시에서 이 3개 대학에 합격자를 내지 못한 19개 지역의 집값 순위는 모두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 집값과 3개 대학 합격률 사이에 높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2009학년도 3개 대학 합격률(해당 지역 고3 학생 수 대비 합격자 수)을 기준으로 1·2·3위인 3개 지역(서울 강남·서초구, 경기 과천시)은 집값 순위에서도 1~3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권 의원은 “이번 분석 결과는 부모의 자산·소득 등 사회경제적 배경이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을 강하게 제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며 “좀 더 많은 학생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는 이런 식의 기사를 읽을때마다 화가 치밀어오른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첫째로 나름 일국의 최고입법기관인 국회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학문적인 근거를 전혀 가지고 있지 못해 혹시나 나를 가르치신 교수님들이 보시면 어쩌나 두려울 정도로 부끄러운 수준이기 때문이요, 둘째로 여론 호도와 군중 선동을 노리는 얕은 노림수를 가린다고 가린 꼴이 마치 불 난 모텔에서 뛰쳐나온 사람들이 두 손만 가지고 몸을 가리려는 꼴마냥 추잡하여 역겨운 마음이 절로 일기 때문이다.

첫 번째 얘기부터 해 보자. 경제학에서 데이터 분석을 할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것 중 하나가 변수 A와 B를 놓고 그냥 마구잡이 리그레션을 돌린다고 해 봤자 의미있는 결과는 단 하나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왜냐, 그렇게 분석을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A와 B 사이의 correlation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Correlation은 대칭성을 가지고 있다. 집값과 성적이 correlate되어있다고 말하는 것은 성적과 집값이 correlate되어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즉, 이러한 상태에서는 집값이 높아서 성적이 올라가는 것인지 아니면 성적이 높아서 집값이 올라가는 것인지 알 도리가 전혀 없다는 얘기다.


이러한 결과를 가지고 위 "분석"의 주인장께서는 부모의 자산과 소득이 자녀의 성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양 말씀을 하고 계시나, 실상 그 "분석"은 이러한 시나리오들로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단 얘기다. 일례로 대치동의 아이들을 생각해보자.


1. 일반적으로 지능과 소득수준은 강한 상관관계를 가진다. 그 이유인즉슨 지능이 높으면 높을수록 일반적으로 직장에서의 효율, 업무혁신능력 등이 높고 이에 따라서 회사가 고용을 위해서 지불하고자 하는 대가의 수준 역시 높아지기 때문이다. 대치동 집값이 원래 높았고, 대한민국에서 고소득을 과시하는 중요한 통로 중 하나는 비싼 동네에 거주하는 것이므로 지능이 높고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대치동으로 이사를 갔다. 일반적으로 지능이 높은 사람은 지능이 높은 배우자를 만날 확률이 높고, 이 결과 그들의 자식 역시 지능이 높을 확률이 크다. 이렇게 지능이 높은 아이들이 대치동에서 태어나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서 공부를 당연히 잘 하게 되는 것이다.

OR,

2. 어느날 우연의 일치로 대치동에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몇몇 모여들었다. 교육열에 불타는, 그리고 자식이 어지간히 공부는 해서 아직 희망을 잃지 않은 학부모들은 대치동이 공부 잘 하는 동네라니 점점 대치동으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주택의 공급은 정해져있는데 수요가 늘어나니 집값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집값이 오르니 아 여기 집을 사 놓으면 돈을 벌겠구나 싶은 투기세력도 모여들기 시작한다. 집값은 더 올라간다. 비싼 집값을 주고 온 대치동이니만큼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세게 굴리고 아이들도 공부 이외에는 생각하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된다. 성적도 올라간다. 학교들은 경쟁이 치열해지고 명문학교라는 소문이 난다. 집값은 더 올라간다. 그리고 이 사이클이 반복된다.


이 이외에도 가능한 시나리오는 수없이 많다. 그러나 이 "분석"을 하신 분께선 유독 부모 소득수준이 자식 성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가설만 밀고 계신거다. 이 가설을 부정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이유없이 그 가설을 미는 행동과 똑같이 학문적으로 근거 없는 행동을 하게 되니까. 다만, 그렇게 주장을 하려면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대로 보이란 말이다. 하다못해 학부 경제학 전공이면 다 아는 Instrumental Variable이라도 제발 좀 써달란 말이다. 내가 이제까지 신문기사에서 "미녀일수록 소득 높아" 내지는 "고소득자일수록 암 발병 확률 낮아" 등의 타이틀을 보면서 단 한번도 제대로 된 통계학적 분석을 본 적이 없다. 경제학 공부를 오래 하지 못했지만 IV 쓰자마자 correlation에서 anti-causal로 돌아서는 케이스들을 수없이 많이 봐 왔다. 제발 실험 자체에 이런 식의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든 robustness를 좀 찾아서 통계 해석을 내 놓아 줬으면 좋겠다. 이 따위 근거를 가지고 전 국민이 접근하는 언론에다가 기사를 낸단 말인가? 정말 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 말이다.


쓰다 보니 두 번째 이야기까지 쓰기에는 말이 너무 길어져버렸다.


기회가 되면 두 번째 이야기도 마무리짓도록 하겠다.

타임어택

분류없음 2009/02/26 11:07 by Seer
새벽 여섯시. 글을 토해내고만 싶은 이 감정은 먼 동이 틀 무렵엔 아마도 사라지고 없을거다.
Chasing Cars. 이 노래도 대여섯 번 듣고 또 들으면 끝내 질리고야 말게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이 상하듯이 인간에게도 시간제한이 걸려있다.
그 제한이 닥쳐오기 전에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자신이 죽을 정확한 연, 월, 일, 시를 알 수 있다면 확인해보겠냐는 물음에 93%는 부정적인 대답을 했단다.
그러나 우리는 어렴풋이 언제쯤 우리가 제한시간을 채우고 이 지긋지긋한 게임이 끝날지 알고 있질 않은가.
난 아마 2100년까지 못 살거다. 어쩌면 2090년까지도. 한참 남아 보이나? 오산이다.
81년 뒤면 세상을 떠나야만 한다는 사실이 오늘따라 슬프다.

나는 영원함을 믿고 싶다. 그래서 총에 맞아도 죽지 않는 사상을 사랑하고, 불에 타도 살아남는 아름다움을 원한다.
그 고귀하고 흔치 않은 가치들이 아니라면 그 때부턴 아무래도 좋다.
쓰이고 또 쓰이는 코드진행과 편곡으로 가득찬, 공장에서 찍혀나온듯한 음악도 괜찮고
두 시간동안 넋 놓고 보다가 끝나면 여운 하나 남지 않는 B급 영화들도 괜찮다.
당장엔 그럭저럭 쓸만하지 않은가.

그런데 가끔은 두렵다.
하루하루 아무래도 좋은 것들로 삶을 채우고 나면 내 삶에 영원한 것은 어디에 남을까.
위대한 업적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웅장한 건물도 언젠가는 가루로 산산이 부서지는 세상에서
영원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누구나 잘 알고 있을거다. 정신적 방어기작이 그걸 무의식적으로 외면하거나 부정하게 유도하더라도 -
우리의 시계는 그냥 째깍대는것이 아니고 정해져 있는 끝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나는 허무맹랑한 상상과 말이 되지 않는 꿈을 아직도 버리지 않았기에
그 유한한 시간으로부터 무한한 시간으로 뻗어나갈 무언가를 찾는다.

신의 존재와 같이 내가 의지하고 내가 종속되는 무언가가 아닌
내 안에서 내 스스로 창조한 무언가를.

이름을 붙이기는 힘들다.
목적, 이데아, 가치, 사랑. 이런 하나의 이름으로 규정되어지지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 꿈이 너무 큰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 건 애초에 불가능할지도 모르고, 어차피 이 지구를 떠나서 또 무엇이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가끔씩 이렇게 칠흑의 어둠속에서 영원을 갈망하며 조금은 괴로운 마음을 토하곤 한다.

창 밖 하늘이 조금씩 밝아온다. 제한시간 하나가 또 다가온거다.

다만 내 스스로 제한시간들이 다하기 전에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기에,
내가 지금 하는 이 타임어택이 힘들지만 의미있으리라 믿는다.

누구나 연습하면 할 수 있는 제한시간내 클리어가 아닌
감히 범접할수도, 상상할수도 없는 마스터피스 한 판을 만들기 위함이니까.

시간은 81년밖에 안 남았고, 할 일은 아직 많이 남았다.

Well done, Mr. Erdogan

분류없음 2009/02/06 05:02 by Seer
자, 먼저 자막에 주의하며 동영상을 감상하자.



며칠 전 다보스 포럼에서 일대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인즉슨 터키의 수상 타입 에르도간 (Recep Tayyip Erdogan)이 이스라엘 대통령 시몬 페레즈 (Shimon Peres)를 강하게 비난한 뒤 토론장을 박차고 일어나 그 길로 다보스를 떠나서 귀국해버린 것인데, 일단 연설 자체도 명연설이거니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에 대한 국제적 반대여론이 최고조에 달했으나 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하는 이 시점에서 나온 그의 돌발적인 행동은 가히 영웅적이라 하겠다.

19세기 후반 이후로 국제사회는 도덕적인 옳고 그름보다는 힘의 논리와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느냐 여부에 따라서 움직여왔다. 이에 따라서 나타나는 기현상은 바로 개인이 개인에게 가했을 경우 마땅히 법적으로 처벌받을만한 행동이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 일어나는 경우 묵인되거나 심지어는 용인되는 모습인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 역시 이와 같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이는 인간의 지성과 그 지성의 산물들이 나날로 발전해 나가는 데 반해 인류의 전반적인 도덕성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실로 탄식을 금치 못할 모습이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서 국제 외교무대에서도 강대국의 의견과 이익이 우선시되고 중시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실제로 위 동영상의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 반기문 UN 사무총장등을 포함하는 토론 패널들은 각 10-15분 가량의 발언시간이 주어졌으나 사회자가 유독 시몬 페레스에게만 25분 이상의 장광설을 허용했고, 에르도간 수상이 격분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것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에르도간 수상이 다보스에 남긴 임팩트는 무엇이며, 그의 행동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첫째로 시몬 페레스를 강하게 비난하고 국제사회의 불합리성을 역설함으로서 그는 명분과 실리 모두를 얻었다. 터키는 이슬람적 배경을 가진 나라로, 심지어는 국기에도 이슬람의 상징이 등장한다. 그러나 터키 정치는 지난 50여년간 이슬람적 정치와 이슬람을 배제한 정치의 사이에서 혼란의 시기를 보냈는데, 에르도간 수상은 지금 이슬람에 기반을 둔 정치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그가 이슬람 국가인 팔레스타인의 편에 서서 분노하는 것은 매우 실리적인 행동이라고도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모두가 알고 있지만 말하지 못하는 것을 단번에 분출해 냄으로서 그는 거대한 명분, 즉 "도덕성"을 자신의 편에 얻기도 했다.

자, 어려운 말로 이런저런 얘기를 했으나, 결론적으로 하고자 하는 말은 이런 거다. 에르도간 수상의 돌발행동으로 가식으로 가득 차있던 다보스 포럼은 아주 개난장판이 되었고, 그는 다음날 터키에 귀국하자마자 남녀노소를 불문한 환대를 받았다고 한다. 이스탄불의 카짐파사 지역 출신인 에르도간 수상은 평소에도 남자로서의 명예와 의리를 중시하는, 말하자면 "사나이" 였다고 한다. 그리고 다보스에서 그는 참으로 사나이다운 행동을 했다. 불공정한 사회자를 가볍게 무시해주면서 시몬 페레즈를 비난하는 저 태도와 어조를 보라. 추상같은 꾸짖음이다. 옳은 말을 하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다. 참으로 멋진 일갈이다.


국제사회에 이렇게 두둑한 배짱으로 옳은 말을 할 줄 아는 사나이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Generalizations on two themes

분류없음 2008/10/04 05:25 by Seer
1. Professors

Astrophysicists/Cosmologists are sweet.

Pure theorists are sweet, but in an eccentric way.

Theoretical particle physicists are loco.

Experimental particle physicists are stern and hard to befriend.

Condensed matter, I don't really know.



2. 나이

세상을 조금 겪어보니까 그렇다.

누군가가 괜히 다른 누군가를 걸고 넘어지는 행위는 항상 열등감 내지는 불안감에서 비롯된다.

예컨대 칼텍이 우리를 조롱한다거나, 예일이 하버드를 조롱한다거나 하는.

나이 문제에 있어서도 그렇다.

애매한 나이차이가 나는 사람들, 그러니까 너덧 살 차이나는 사람들이 제일 심하다.

여차하면 내가 기어오르게 생겼으니 불안하고, 어린 녀석이 자꾸 자기들이랑 비슷한 걸 해대니 괘씸하다.

그래서 나이가 어쩌네 질서가 어쩌네 운운한다.

아예 열 살씩 차이나는 사람들은 나랑 한 세대가 떨어져있으니까 그렇게 하질 않는다.

어떻게 기어오를래봐야 기어오를 수 없는 나이라는 걸 스스로 알기 때문에 불안감도 없고

나보다 10년씩 더 살면 아무리 철없는 사람이어도 나보다는 더 철이 들 것이기 때문에 열등감도 없다.

그래서 오히려 아예 나이가 많은 사람들과의 인간관계가 훨씬 더 편한 기현상이 벌어지곤 한다.

똑같은 행동을 해도 반응이 전혀 다르고, 집단 내에서 나를 인정하는 방식도 전혀 다르다.

일반적으로 내가 대하는 사람들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내가 더 낮아져야 하는게 정상인데,

너덧 살 차이까지는 그렇다가 그 다음부터는 오히려 거꾸로 흐른다.

신기한 일이다.

세벽 네 시의 단상

분류없음 2008/09/29 17:26 by Seer
GRE 졸업.

이제 내 인생에서 다시 안 쓸 단어 외울 일은 없겠군.


그리고,

새벽 네 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녹차 한 모금에 시나몬 스월 한 입 베어 물면서

페이퍼 쓰고 피셋 푸는 삶도

그다지 나쁘지 않군.


학문이 다시 좋아져가고 있다.

여기저기서 하고싶은 대로 하며 놀 만큼 놀아보니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는 일이 찌질하거나 nerdy한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오늘의 음악 한토막,

이제는 개나소나 "너무 좋아하는 밴드에요"라고 말하고 다니는

Maroon 5의 Makes Me Wonder

열 여덟번째 생일

분류없음 2008/06/10 10:15 by Seer
1. 첫 제네바 시내.

비행기 타고 떨어진 뒤로 CERN을 처음 벗어났다. 전차를 한 번 타고, 버스를 한 번 타고 도착한 제네바 시내는 참 아름다웠다. 그리고 친근하기도 했다. 스웨덴 때문일까, 유럽은 낯선 곳이 아닌 집같은 포근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크고 납작한 돌들이 깔린 도로와 200년은 됨직한 구시가지를 가진 도시에 왔다.


2. Kebab.

터키 축구팀을 응원하려면 터키 음식을 먹어야된다? 어쨌든 제네바 시내에 가자마자 처음 한 건 케밥을 먹는거였는데, 오 맛있었다. 의외로 터키 사람들 사이에서 이 케밥이 맛이 있냐, 없냐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지만 뭐 나는 굉장히 맛있었던 것 같다. 아, 또 나가고 싶다. 카페테리아 밥도 맛있지만 오래 먹다보면 질린다. 이건 아무리 맛있는 카페테리아여도 어쩔 수 없다.

여기에 짧은 에피소드 하나. MIT에서 CERN으로 온 다수의 교수/학생들중 Steve가 둘이 있는데, 하나는 대학원생 Steve이고 다른 하나는 교수 Steve Nahn이라는 사람이다. 케밥을 먹던 도중 친구가 Steve하고 전화를 하면서 우리가 케밥 먹고 있다는 얘기를 하길래 아, 그 대학원생 오는구나. 걔 좀 성격 희한하던데 쩝. 하고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내 앞에 툭 나타난건 Steve Nahn. 아놔, 대학원생이면 몰라도 나같은 학부생들은 아직 자기 가르치는 교수가 앞에 툭 나타나면 2%는 떨린다고. 덕분에 먹던 케밥 역류하실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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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Lalalalalalalalala, la Turkiye, lalalalalalalalala, la Turkiye!

사실 포르투갈이 이길 줄은 알았다. 경기 시작 전에 라인업만 보아도 네임밸류의 차이가 너무 크게 났다. 그래도 터키 친구들과 함께 목이 터져라 터키를 응원하는 건 굉장히 재미있는 일이었던 것 같다. 제네바 시내 광장에서 큰 스크린으로 경기를 중계해줬는데 포르투갈 서포터, 터키 서포터 할 것 없이 다들 모여서 놀았다. 축구는 경쟁임과 동시에 하나의 큰 축제다. 그게 유로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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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Afterwards

열 여덟이다. 적어도 유럽에선 이제 어딜 가도 되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주던 바에서 나는 사알짝 알싸한 회상에 잠겼다. 아, 이제 산 만큼만 더 살면 나는 아빠가 되는구나. 심각하다. 이런 생각을 함과 동시에 내가 마시던 모히토에서는 석유맛이 났다. 같이 간 여자들만 아니었어도 화 낼 뻔 했지만, 뭐 사실 석유맛이 나던 라임맛이 나던 열 여덟번째 생일이 저물어가는 마당에 마신 모히토에는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나.

그렇게 맥주향 나는 제네바 강변을 친구들과 걸어다니다가 내 열 여덟번째 생일이 지나갔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나중에 아들한테 얘기해주지.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 있다.

선문답에는 선문답으로 받아쳐주고,
욕지거리에는 욕지거리로 대꾸해 주는 사람들.
비비 꼬아서 말을 해도, 주변 상황을 다 자르고 말해도
알아듣고 이해해주는 그런 사람들.


그런 사람들 중에선 생각이 통하는 사람들이 있다.

무언가 반쯤 설명하고 있으면
나머지 반쪽의 설명을 먼저 해버리는 사람들.
그 사람의 생각이 나의 생각이 되고,
또 나의 생각이 그 사람의 생각이 되는 그런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중에서는 영혼이 통하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는 소울메이트라고 부르기도 할 테고,
또 누군가는 Alter Ego라고 부르기도 하겠지.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연인이 될 수도 있겠어.
가슴 속에 어느샌가 들어와서 고요히 울리는 사람들.


죽는 날까지 말이 통하는 사람 백 명만 만나봤으면 좋겠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 마음껏 다 하고 속에 쌓인 말 한 마디 없이 떠나도록.
그리고 생각이 통하는 사람 열 명만 만나봤으면 좋겠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던 누군가의 생각을 이어받아 또 같은 생각을 할 누군가에게 물려줄 수 있게.

그리고, 영혼이 통하는 한 사람을 꼭 만났으면 좋겠다.
솔직히 말해서 여자였으면 좋겠고 =), 언젠가 서로 사랑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 백 명을, 열 명을,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한 명을 만나야지.
언젠가 떠나게 될 날, 나 살아가는 동안 사람에 고팠다고 말 할 일 없도록.

Backtracking

분류없음 2008/02/21 07:31 by Seer

UROP을 시작하면서부터 캠퍼스에서 연구실로 가는 여러 가지 방법을 알아냈는데,
그 중 East Campus 지역에 있을 때 유용하게 써먹고 있는 루트가 바로 아래의 사진에 표시된 루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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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표가 시작되는 곳은 물리 피셋을 내거나 East Campus에서 Infinite쪽으로 갈 때 꼭 거치게 되는 포인트고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은 연구실 건물이다. 어쨌든 중요한 점은 화살표 방향을 따라서는 수백 번 움직인 바가 있지만 그 반대방향으로는 한 번도 움직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오늘 연구실에서 피셋을 끝내고 피셋을 내러 가기 위해서 어떻게 가야 할까를 고민하던 도중 저 길을 백트랙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마 오전에 수업에서 돌아오면서 내 발자국을 표시해 놓았다면 그 발자국을 그대로 밟고 갈 수도 있었을 정도로 완벽한 백트랙이었다. 그런데 어라? 저 짧은 거리를 걸어가면서 나는 난생 처음 보는 캠퍼스의 한 구석을 보았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 바로 북쪽에 있는 큰 빌딩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부분인데다가 항상 등지고만 걸어다녔지 한 번도 그 곳을 향해서 걸어가 본 적이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2분도 채 안 되는 시간동안 나는 차가운 겨울바람 그 이상의 짜릿한 충격을 맛봤다.

어떤 일이 있어도 시야를 좁혀서는 안 된다고 배웠고, 또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내 전방 180도를 자세히 관찰하는 것으로 넓은 시야를 가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넓은 시야의 범위는 180도가 아닌 360도라는 사실.
고개를 움직이고 몸을 뒤틀지 않으면 절대로 볼 수 있는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일상을 살짝 뒤집는 일에서 생각지 못한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이유다.



덧. 원래 다른 포스팅을 쓴다고 벼르고 있었으나 그냥 오늘 있었던 일을 써버렸다.
8.06, 양자역학 가지고 장난치기. (Quantum Mechanics III)

지난 학기에 배운 8.05에서 오퍼레이터나 기초적인 양자역학의 모델들을 엄밀하게 정의했다면 8.06에서는 이제 그 도구들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느낌이다. 물론 장난치는게 굉장히 힘들다. 누가 말했던가, 노는 것도 힘들다고. 양자역학 가지고 놀아봐라. 죽어난다. 그래도 이따금씩 재미있다.


8.14, 물리실험 노가다반복노동. (Junior Lab II)

오실로스코프와 전압계가 내 몸의 일부가 되어간다. 전선 꼽는 슬롯이 뻑뻑하던 느슨하던 어쨌든 전류는 흐른다. 아무리 요동치는 수치여도 평균과 오차 두 개의 숫자로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실험물리학의 90%는 노동이다.
아, 나는 실험 체질이 아니구나라는 깨우침을 n번째 가져다 주는 과목.


8.282, 맥스 테그마크와 함께하는 쉽고 재미있는 우주관광. (Introduction to Astronomy)

물리학과에서 가장 재미있다는 교수 맥스 테그마크. 이 사람이 예전에 특수상대론을 가르칠 때 다른 교수가 기타를 치고 이 사람이 상대론 노래를 부른 적이 있을 정도다. 유쾌한 스웨덴인의 전형적인 예라고나 할까. 굉장히 즐겁고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수업이지만 아쉽게도 너무 부담없어서 드랍해야 할 듯. 3학년부터는 듣는 사람이 없다.


8.901 그냥 우주관광 - 국내편. (Astrophysics I)

MIT에서는 학생마다 담임교수가 있는데 내 담임교수인 존 벨처가 가르치는 과목. 좀 졸리고 파워포인트라서 집중도 잘 안되기는 하지만 나중에 우주론을 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작은 스케일의 행성, 은하, 은하단에 관한 내용들도 알아야겠지라는 믿음을 가지고 듣는다. 사실 우주론이 중심인 8.902(우주관광 해외편)를 듣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8.962 외계어 이해와 사용 (General Relativity)

나중에 왜 이런 별명을 붙였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에게는 필기한 노트를 스캔해서 보내드리겠다. 새로운 노테이션이나 개념들이 왕창 등장하면서 코스의 앞 절반은 이 분야의 100년 남짓한 찬란한 역사가 만들어 놓은 수많은 외계어와 외계부호들을 이해하고 사용하는 데에 쓰여지게 된다고 한다. 신기한 것은 이 외계어가 어렴풋이 이해되는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 마치 두 학기 전에 8.224를 들을때처럼 내가 한 단계 위로 올라설 수 있는 그런 수업이 될 것 같다.


14.05 졸린 쉬운 경제학 (Intermediate Applied Macroeconomics)

아침 아홉시에 자장가와 같은 노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한 시간동안 곱셈과 나눗셈과 극미량의 미적분학이 첨가된 수식 유도를 한 시간 반 동안 해 보자. 안 졸고 배기나. 그래도 나는 용케도 아직 졸지 않았다. 필기 놓친적도 없다. 신기할 따름이다. 아, 그리고 졸린 쉬운은 결코 굉장히 쉽다의 속어적 표현의 변형이 아니다.?


14.64 가치있는 경제학 (Labor Economics and Public Policy)

내가 이제까지 본 경제학과 교수들 중 가장 똑똑한 사람이 가르친다. 지난 번에 이 사람 수업을 듣고 이번에 가르친다기에 무조건 들었다. MIT에서는 드문 "학생 이름 기억했다가 찍어서 물어보기" 스킬이라던가 리서치와 티칭에 모두 능통한 교수만 사용한다는 "질문 반응시간<1초" 스킬 등을 사용한다. 실제 데이터도 많이 보고 기본적인 경제모델에서 나오는 직관적인 개념도 이해하면서 굉장히 즐겁게 수업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8.962와 14.64가 비교적 가장 어렵지만 가장 즐거운 수업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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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34)
01. Midnight Chats (11)
02. Outpost Story (2)
03. Sharing Sights (0)
04. Musica (4)
05. Cinema (0)
06. Logs (0)
07. Fun Stuff (0)